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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프랑스 파리간 왕복 1300km의 구간에서 아우디 'A3 스포츠백' 모델을 직접 시승했다.

A3는 독일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베스트셀러로 금년 10월 국내에 선보일 예정인차다. 이 중 스포츠백 모델은 해치백부분이 길어 적재공간을 넉넉하게 만든 모델이다. 북미에서는 이런 형태의 차를 테라스 해치백, 혹은 웨건이라고 칭한다.

집 근처서 쉽게 쇼핑을 할 수 있고 배달 문화도 발달한 한국과 달리 유럽은 먼곳에서 스스로 짐을 실어와야 하는 특성 때문에 오래전부터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차, 특히 해치백이 강세였다. 특히 세단은 소형차로 갈수록 적재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해치백이나 웨건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콰트로 옵션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이 정도 크기와 출력을 가진 차라면 기본형인 전륜구동으로도 거의 차이가 없다. 실내 구조를 잘 설계해서 공간에 부족함이 없다. A4와 비교해도 작은 공간이 아니다.

유럽에서 엔진은 1.9리터 디젤, 2.0 직분사, 2.0 터보 직분사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차에 얹을 수 있는 최고의 엔진은 3.2리터 250마력 V6엔진. 또 변속기의 경우도 수동기어나, 6단 일반 오토매틱이나  DSG(다이렉스 시프트 기어박스)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상급모델인 아우디 A4 대비 가격 잇점과 소비자 취향을 감안한다면 국내에 들여올 차는 1.9리터 디젤과 2.0리터 직분사 엔진(OBD문제가 해결된다면)에 DSG, 해치백 모델이 주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의 자리를 넘보게 되는 것이다.

이날 내구 시승을 위해 선택한 모델은 1.9리터 디젤엔진, 수동모델이었다.


<내비게이션>

유럽의 길을 거의 모르기 때문에 이날은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모델을 시승했다.
 
한국서 보는 내비게이션은 모두 별도의 총천연색 LCD판넬을 장착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그저 오디오의 좁은 창과 계기반 한가운데의 화살표 그림만으로 내비게이션의 기능을 했다.

오디오 옆의 작은 버튼을 조작해 원하는 지역을 설정하고 나면 계기반에 화살표로 가야할 방향을 나타내고 목소리로 일러줬다.

꽤 융통성도 있었다. 들어서야 할 길을 지나치는 경우 국내 내비게이션은 한참 돌아가는 경로를 설명하지만, 유럽의 내비게이션은 "Take U-Turn if possible(가능하면 U턴 하세요)"라고 설명한다.

지도가 나타나지 않는 내비게이션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유럽의 넉넉한 도로 덕분인지 지도 그림 없어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더구나 오히려 시선을 빼앗기지 않기 때문에 사고 위험은 오히려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도 내비게이션에서 가장 큰 가격을 차지하는 LCD화면이 없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

의욕이 앞섰을까, 이날 내구 시승은 독일 푸랑크푸르트에서 오후 5시에 출발해 프랑스 파리까지 왕복할 계획이었다. 이것이 무모한 계획이었다는 것은 출발 10분 후에 바로 깨달았다.

달려야 할 왕복 거리는 무려 1300km. 작년 호주에서 포르쉐 911 터보로 6시간만에 1300km를 달린 경험이 있어 만만한 거리로 생각했다. 그러나 포르쉐 터보는 시속 300km를 넘기는 차였던 반면 이 차는 아무래도 '보통차'다.

전혀 쉬지 않고 평균 시속 165km로 달려도 가는데 걸리는 시간 4시간,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도 4시간은 걸린다.

그래도 어지간한 승용차로는 달리기만도 벅찬 속도와 거리다. 쉬지 않고 10시간 넘게 달리고 시동을 24시간 켜놓아도 괜찮을지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

무모했을지언정 일단 달렸다. 디젤차는 서있을때는 특유의 소리가 나지만, 일단 출발하면 조용하다.

시속 150km로 1차선을 달리다보니 뒷차들이 꽁무니에 딱 붙어 밀어붙인다. 180km 이상으로 달려야 그래도 1차선에서 달릴 수 있다. 이 차는 밟으면 시속 180km까지는 거침없이 오른다.

그러나 시속 180km를 넘으면 꽤 큰 소음이 들리며 힘겹게 속도를 올린다. 속도는 시속 200km까지 올라갔는데, 풍절음과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대단했다.

아우토반의 아스팔트는 한국에서의 아스팔트에 비해 경도가 높아 수명이 긴 대신 소음이 심하다. 휘발유든 디젤이든 최고속에 올랐을 때는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다.

소형차 치고 시속 200km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도 흔치 않은데, 이 차는 안정감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도무지 달릴 수 없을 것 같은데, 안정감 덕에 부담없이 엑셀을 밟을 수 있다. 시속 200km로 달리니 유리를 때리는 빗소리가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들은 묵직한 감각을 유지하고, 차체의 거동은 좀체 흔들림이 없다.

<외장·실내공간>

A3 외장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은 전면의 그릴부다. A6나 A4가 그렇듯 싱글 프레임을 둘러 강인한 인상을 보여준다. 백밀러로 이 그릴이 보이면 많은 차들이 알아서 비켜주는 것이다. 때문에 독일에서는 이 차를 타면 정말 운전하기 쉽다.

그런데 이 차의 뒷창문을 열자 공기가 헬리콥터가 이륙하는 듯한 큰 소리를 내며 공명했다. 많은 해치백 차들이 이같은 단점이 있다. 아우디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국경을 넘자 톨게이트가 10개도 넘었다. 어지간하면 한번 돈 내고 달릴 수 있도록 하면 좋을텐데, 수킬로마다 한번씩 돈을 내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평균 시속 165km로 달릴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은 기우. 번갯불에 콩구워먹는다 했던가. 200km를 넘나들며 달린 이 차는 9시즈음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의 수많은 명소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찍고 저녁 식사를 하고 하다보니 시간이 다 갔다. 어느새 새벽 2시.

몇시간 자겠다고 호텔을 잡는건 지나친 사치. 차에서 자기로 했다.

차에서 자기 위해선 시트를 뒤로 젖혀야 하는데, 시트는 돌려서 젖히도록 되어있다. 국산차에서는 상상도 못할 방식이지만, 유럽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나 더 정교하게 조정이 된다는 이유로 돌리는 방식이 선호된다.

이런 방식의 시트는 달리면서 조정해도 안전에 큰 문제가 없지만, 레버를 당겨 한번에 눕히는 방식을 조절하다 보면 뒤로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있어 위험하다.

뒷좌석은 공조장치나 에어덕트를 별도로 마련하고 있지 않지만, 차체가 작은 편이라 큰 문제는 안된다.

창은 스포티하다는 느낌보다는 개방감이 강하게 여겨지도록 창의 크기를 키웠다.

차 내부의 모든 부품의 짜임새가 완벽하고 꽉 짜여져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돌기·서기>

독일 사람들은 연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차를 매우 거칠게 몬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난폭운전이지만, 대부분 운전자들이 운전을 잘하는 덕에 좀체 사고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거칠게 운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독일차의 아주 기초적인 기본기다. 독일에선 빠르게 달리고 강하게 코너를 돌아도 한치의 롤링도 없는 것이 좋은 차다.

아우디 A4나 BMW 3시리즈도 대단하지만, 도저히 A3의 날렵한 거동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더 가볍고, 상대적으로 약간 짧은 윤거로 인해 회두성도 좋다. 카빙 스키를 타는 기분이나 알파인 스노우보드를 타는 기분이랄까. 칼날을 눈속에 박고 돌아 나가듯, 몸이 튀어나갈듯 강력한 원심력이 느껴진다. 재미있다. 비로소 스포츠를 한다는 느낌이다.
프랑스에서 독일로 오는 길은 편서풍 영향인지, 차가 길이 들어 그런지 더 빠르게 달렸다. 시속 205km까지 달린다. 푸랑크푸르트 공항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표지판이 반갑다.

시간은 어느새 2시. 비행기 떠나는 시간은 거의 다 됐는데, 차는 돌려줘야 하고, 기름도 채워야 한다.

마음이 급해 시속 120km로 진입로나 진출로의 꼬인 길을 마구 드나드는데, 차체 거동은 정말 민첩해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총평>

새로 나올 아우디 A3를 가리켜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어필할 것으로 해석한 글을 보았는데, 사실 이 차는 그런 식으로 팔릴 차가 아니다.

그다지 싸게 내놓을 수 있는 차도 아니고, 한국 소비자들이 싸다고 덥썩 구매할 소비자들이 아니다.

이 차는 작기 때문에 비로소 가치있는 차다. 어떤 차도 흉내낼 수 없는, 몸에 딱 달라붙는 묘한 감촉과 주행감각을 가진 차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는데, 그렇다고 실내공간이 비좁지도 않고 초고속으로 달릴때도 안정감이 바위같은 차다.

이렇게 놀라운 차를 단순히 가격만으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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