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7000만~1억원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을 하니 왼편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가 오른편에는 브리프케이스를 들고가는 신사가 걸어가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저 그 사이로 차를 몰았을 뿐이다. 그런데 둘은 깜짝 놀라더니 차가 멀어질 때까지 멍하니 쳐다본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이 차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

둘에게는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이 차는 미래형 자동차, 하이브리드카다.



하이브리드라니 … 그게 뭔데요?

발레파킹을 맡기고 차를 마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주차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오더니 "시동을 어떻게 거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시동 버튼을 눌러도 응당 있어야 할 시동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인가보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주차원에게 내 그럴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얘기해준다. "지금 시동이 걸린 상태에요"


차량이나 공장이 지금의 속도로 석유를 태워대는 이상 지구온난화나 석탄연료 고갈은 벗어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이대로라면 우리 다음세대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 세대부터 인류가 자연을 파과한 것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될지 모를일이다.

도요타는 이런 인류의 운명을 극복하고자 하이브리드카라는 대안을 내놓았나보다.

하이브리드카란 가솔린 엔진에 추가로 모터와 충전지를 장착하여 모터와 엔진을 병행 사용하는 방식의 자동차를 말하는데, 도요타의 풀 하이브리드 방식은 저속 주행중에는 모터만으로 주행하고 급가속시엔 엔진과 모터가 병행해 동작하는 방식이다. 속도를 감속하는 동안에는 관성 에너지로 충전지에 전기를 충전한다.

이같은 차는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지했을때나 약 40km/h이하로 운행할 때는 아에 엔진을 정지시켜 매연 등 배기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게 하므로 매우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연비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SUV가 친환경적이라고? RX400h

이번에 시승한 차는 RX400h 로 친환경차라는 수식어가 없더라도 충분한 구매가치가 있는 차다. 수입 SUV의 베스트셀러인 RX330베이스에 하이브리드 장비를 덧붙인 것인데 기존 233마력이었던 엔진에 앞바퀴에 최고 167마력, 뒷바퀴에 68마력 650V의 전기 모터를 추가한 차다. 따지고 보면 전체 마력이 269마력이 되는 셈이다.

가속력도 향상되었으며 연비도 RX330 휘발유 모델이 8~9km/l 정도 하던것이 13~18km/l(일본기준)로 최대 2배 가량 향상됐다. 장점은 이 뿐 아니다. 휘발유 엔진의 특징인 진동과 소음을 미연에 방지하여 승객의 쾌적함을 극대화했다.

이 차에서 오디오를 들어볼 필요도 있겠다. 시동소리 없는 차에서 흘러나오는 마크 레빈슨 오디오 소리는 다른 차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적 만족감,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달리기 … 두마리 토끼를 잡았을까?


예로부터 고연비와 고성능은 한 차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믿어왔지만, RX400h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 차다.

이 차의 0-100km는 7초대에 이르러 어지간한 국산 스포츠카의 수준. 고속도로에서 이 차의 뒤를 따라잡을만한 차가 많지 않다.

제한속도 180km에 쉽게 도달하기 때문에 리미트가 상당히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는 악셀 패달을 강하게 밟는 동안만 엔진이 작동되고 패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시동을 꺼서 연료의 효율을 극대화 했다.

반면 이때는 엔진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를 위해 기어 실렉터에는 D-N-R-P 외에 B 라는 글씨가 쓰여진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엔진브레이크가 동작하게 하는 레버다. 이렇게 하면 일반 승용차를 운전하던 사람들도 운전이 어색하지 않게 익숙해질 수 있겠다.



달리는 동안 지금 엔진이 동작하는지, 모터가 동작하는지, 충전을 하고 있는지는 계기판의 그래픽을 통해 알 수 있다. 차를 정지시킬 때는 휘우우웅~ 하는 충전 소리가 작게 들리기도 하는데, 이 또한 하이브리드카를 타는 재미로 느끼면 좋겠다.

연비는 의외로 낮아 11km/l 정도다. 너무 과하게 달린 탓도 있겠다.

포지셔닝…너 같으면 살래?

리모컨키에는 뒷트렁크를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고 차에 타기전 환기를 위해 창문을 내릴 수 있는 기능도 내장되었다.

6장 CD를 삽입할 수 있는 마크레빈슨 오디오는 음질이나 성능, 조작감이나 디자인 모두 우수하다.

반면 CVT(무단변속)기어는 메뉴얼기능은 당연히 없고, 2-3-4단 실렉터나 오버드라이브 버튼조차 없다. 그저 D에 놓고 달리라는 듯이 재미없게 만들어졌다. 서스펜션은 소프트해서 노면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그 반대급부로 코너에서 출렁임이 크다. 말하자면 물침대나 소퍼드리븐 스타일이다.

뒷좌석은 아이들이 잠들기 좋게 뒤로 충분히 기댈 수 있도록 했고, 앞좌석에서 손을 뻗어 뒷좌석을 좀 더 가까이 당길 수 있도록 만든 배려도 있다.

RX330을 뿌리로 둔 이상 이 차도 부인할 수 없는 사커맘(Soccer mom)용 도심 SUV인 것이다. 피끓는 젊은이가 타기엔 너무 착한차다. 나? 나는 적어도 60살까지는 피끓는 젊은이로 살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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