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1억원 이상

"이게 마칸인가요, 카이엔인가요?”


지난해 LA모터쇼에서 처음 만난 마칸은 기존 카이엔과 전혀 다른 색이었기 때문에 카이엔과 혼동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당시 전시됐던 파란색은 판매되는 색상이 아니었고, 서울에서 만난 아지트그레이색(사실 회색이다)은 카이엔과 유사해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얼핏보면 캐릭터 라인이 날카로워진 알루미늄 보닛과 입체적으로 변화된 테일램프를 통해서만 둘을 구분할 수 있었다. 물론 멀리서 봤을때만 그렇고, 정작 차에 다가가면 카이엔이 아니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작아도 너무 작아서다. 가까이 있는 마칸이 바로 뒤의 카이엔보다 작으니 나란히 세워놓으면 원근감이 혼동되는 기묘한 느낌도 든다.


이 포르쉐 마칸은 대체 무엇일까. 이 차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논란은 예상됐지만, 제품이 나오고도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뭔가 잘못이 있는게 아닐까. 혹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포르쉐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걸까.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놀란다…비행기가 이륙하는 느낌


‘헉’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목이 뒤로 젖혀진다. 엔진이 폭발하듯 RPM을 쏘아올린다.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인 PDK는 어떤가. 마치 수동변속기 가속페달을 꾹 밟은채 클러치를 떼는 것과 다를바 없다. 동력 손실이란건 존재하지 않는 듯이 가속을 하더니 2단으로, 3단으로 마구 쳐올린다. 단순히 400마력이어서가 아니라, 직결감 높은 변속기에 가벼운 차체까지 더해지니 SUV를 타고 있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잊게 만든다. 아니, ‘SUV치고는…’이라는 표현 자체가 필요 없겠다.


마칸 디젤S도 타봤지만, 감흥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마칸 터보의 존재는 그저 그런 자동차일수도 있었던 마칸 패밀리 전체의 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마치 911 터보가 있어서 380마력짜리 911도 고성능 스포츠카의 반열에 올라서는 것과 비슷하다.


코너를 돌아 나가보면 그 단단함에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다. 카이엔도 대단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딱딱해 마치 차돌맹이 같은 느낌이 든다. 초고장력 강판을 대거 사용했을 뿐 아니라 다른 소형 SUV에 비해 용접과 접착제 적용 부위를 큰폭으로 늘린 덕분이다. 


이 차에는 20인치 타이어가 기본 장착돼 있는데, 디자인적인 존재감에서도 그렇지만 이런 단단함에도 일조하고 있다. 스포트플러스(Sport Plus)까지 누르면 차체가 낮아지면서 강성이 더욱 향상된다. 핸들은 더 단단해지고, 가속이 매우 편안하게 여겨지게 된다.


코너를 들어갈때 속도가 너무 빨라서 코너를 조금 벗어날성 싶으면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가속페달을 더 밟아주면 된다. 뒤가 살짝 돌면서 앞바퀴가 차를 훅 당겨서 코너를 말끔하게 빠져 나가게 도와준다.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PTM)과 PSM 같은 전자장비가 스포츠카에 가장 걸맞게 세팅 돼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 Q5와는 다르다


실내는 역시 포르쉐 답게 꾸며졌다. 포르쉐 911의 실내나 카이엔의 실내도 거의 유사하다. 너무 비슷해서 좀 실망이긴 하지만, 자신보다 비싼 차들과 비슷한 실내라니 고맙기도 하다.


포르쉐를 탄다면 당연히 눌러야 할 ‘스포트’ 버튼을 누르니 차체가 조금 내려간다. 반대편에 있는 ‘오프로드’ 버튼을 누르니 이번엔 차체가 조금 올라간다. 소형 SUV에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됐다니 좀 놀랍다.


다른 포르쉐들과 마찬가지로 머플러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붙이면 RPM에 맞춰 음색이 다른 배기음을 내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푸덕덕” 소리를 낸다. 이런 사운드도 Q5에선 보지 못한 것이다. 서스펜션과 핸들링도 아우디에선 느끼지 못한 것이다. 적어도 비싼 값은 한다.


마칸은 아우디 Q5와 같은 아키텍처로 만들어진다는 점이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이다. 그러나 새로운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체는 아우디와 상당 부분이 다르고, 다양한 엔진 또한 포르쉐에서만 만들어진 것이다.


4륜구동 시스템은 PTM이라는 포르쉐 고유의 전자 제어식이다. 또 동급에선 최초라 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 옵션도 있어서 버튼만 누르면 차체 높이를 자유롭게 오르 내릴 수 있게 만들어졌다.


포르쉐는 아우디 Q5와 공유하는 부분이 플로어와 에어컨 장치 등, 전체 25 %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이엔은 체코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대부분을 만들어오는데,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더 포르쉐 답다고 할 수 있다.

 

포르쉐 마칸…포르쉐의 박리다매(?)


포르쉐 마칸은 다른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독일 라이프찌히 공장에서 생산된다. 새로운 차체 조립 및 도장 시설을 갖췄는데, 이 생산량이 연간 무려 5만대. 그간 다른 모든 포르쉐의 연간 생산량이 17만대에 불과 했던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라인 하나를 추가함으로써 30%나 생산을 늘리는 셈이다.


반제품이 아우디에서 생산되고 포르쉐는 이를 최종 조립하는 비교적 간단한 설비를 마련함으로서 생산량을 쉽게 늘렸다. 기존 포르쉐가 일정한 생산 한계를 그어놓고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브랜드였다면, 이번 마칸은 포르쉐로선 박리다매(?)를 노린 모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체 포르쉐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포르쉐는 컴팩트 SUV시장이 전체 자동차 세그먼트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두배나 확대됐고, 향후 10년까지 18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게 포르쉐 측의 전망이다.

 

포르쉐는 배신하지 않는다


뒷좌석은 모든 소형 SUV를 통틀어 가장 좁은게 아닐까 생각 될 정도로 작다. 물론 앉을 경우가 적고, 앉더라도 어린이들이 앉는걸 주로 하는 대부분 가정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안될테지만, 넓은걸 선호하는 국내 정서상 이 부분 때문에 선택을 주저하는 소비자들도 있겠다.


반면 앞좌석은 스포츠카의 느낌은 물론 SUV의 느낌도 갖췄다. 시트 높이가 SUV치고 매우 낮은 편이어서 스포츠카적인 타이트한 감각이 느껴진다. 반면 천장고도 높아 자세를 상당히 높일 수도 있다. 시트를 조금만 높이면 창밖의 바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개방감이 주어진다. 오프로더로서도 손색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머리공간과 실내가 넓은 편이고, 겉보기보다 넉넉하다.

주행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포르쉐라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더구나 사용하기 편리한 크기와 기능성을 제공하는게 마칸의 특징이다. 처음 포르쉐를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만족을 줄 만한 엔트리카다. 당연히 국내를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 지금 주문해도 올해는 받지 못할 정도다. 가장 인기가 높은 미국에서는 워낙 주문이 밀려, 계약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대기 기간동안 박스터 같은 포르쉐 엔트리카를 리스해주는 딜러도 있다고 한다.


갑론을박 말은 많지만 역시 포르쉐가 차를 허투루 내놓았을리가 없었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대단하고, 만들어놓은 작품도 당연히 감탄할만하다.


다만 시승한 카이엔 터보의 가격은 옵션을 추가하니 1억3000만원 정도가 됐다. 어떤 소형 SUV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가격대다. 너무 높은 가격이어서 평가할 입장도 안되겠지만, 혹시 이게 최고보다 더 뛰어난 제품에 응당 붙는 프리미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이날 시승한 사진들















































카이엔 주니어라 해서 CAJUN이라는 이름으로도 나왔던 차인데, 


현실화 되고 나니 이런 차가 됐습니다. 포르쉐는 이걸 큰 911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만, 유전적으로나 진화적으로 큰 911이라는 표현은 잘 와닿지 않네요.


그렇다고 막연히 값만 비싼 아우디 Q5냐 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더 단단하고 더 잘달리고, 무엇보다 더 스타일리시해서입니다. 포르쉐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적극 추천. 다만 브랜드에 관심 없고, 이왕이면 싼게 좋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비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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