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2000만원 이하

최근 카를로스곤 회장의 내한 이후 르노삼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곤 회장은 르노삼성의 부산 공장 가동률을 높여 숨통을 터주는 동시에, 여러 차종을 고려해 한국 내수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르노의 여러 차종이 물망에 오른 가운데, 경차에 가까운 르노 트윙고가 한국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공연히 떠돈다. 경차를 투입하면 순식간에 판매 대수를 높일 수 있어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데다 르노의 트윙고는 개성있는 모습과 편리한 기능으로 세계 경차들 가운데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트윙고는 배기량이나 전폭이 국내 경차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국내 들여오기 위해선 많은 손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형차에 대한 르노 기술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 르노 트윙고를 시승했다.

 

 

 

◆ 르노 트윙고 고디니(Renault Twingo Gordini)를 만나다

 

독일 렌터카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이 폭스바겐 폴로와 르노 트윙고다. 독일은 속도 무제한 도로를 달리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일반 트윙고가 아니라 성능을 향상시킨 버전인 '트윙고 고디니(Gordini)'가 렌터카로 나와있었다.

 

트윙고는 다양하고 개성있는 가지치기 모델이 나오는데, 트윙고 고디니는 럭셔리 브랜드 고디니와 공동으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서 디자인과 성능을 향상시킨 모델이다. 첫 인상부터 튜닝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디자인 돼 젊은 층으로부터 반응이 좋다.

 

이 차는 모닝과 비슷한 크기의 경차 차체를 갖고 있지만 1.2리터 터보엔진을 장착해 101마력을 내는 고성능 차다. 말그대로 '핫해치'라 부를 수 있는 차로, 저속에서 슝슝 소리를 내면서 치고 나가는 느낌이 그만이다.


 

▲ 르노 트윙고 고디니를 타고 아우토반을 달리는 모습. 속도계상으로 시속 164km에 도달하는건 쉬운일이다.


작은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시속 180km까지 쭉 올려 붙이는 점도 놀랍지만, 연비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특히 한번 기름을 넣고 410km까지 탈 수 있었으니 중간에 서킷주행(뉘르부르크링) 60km를 달린 것 까지 감안하면 대단한 연비다.

◆ 르노 트윙고 고디니…세계적인 서킷 '뉘르부르크링'을 가다

 

이 차를 테스트하기 위해 뉘르부르크링(Nurburgring) 노르드슐라이페를 달려보기로 했다.

이곳은 장장 21km가 넘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서킷으로 '녹색지옥'이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포르쉐도, 닛산GT-R도, 크라이슬러도, 닷지도, 슈퍼카를 내놓으면 테스트하는 서킷이 바로 이곳. 뉘르부르크링이다. 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라고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뉘르부르크를 찍으면 뉘르부르크링까지 쉽게 갈 수 있었다. (뉘른베르크와 혼동하기 쉬우니 주의해야 했다)

 

뉘르부르크링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서쪽으로 약 170km가량 떨어져 있는 곳인데, 주행시간 1시간만에 도착했다. 어지간한 도로는 시속 18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었던 덕분이다. 언제나 1차로가 비워진 아우토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뉘르부르크링에서 탄 르노 트윙고 고디니

▲ 르노 트윙고 고디니

역시 트윙고 고디니는 겉보기엔 단순한 경차로 보이지만 결코 우습게 볼 차가 아니었다. 물론 주변의 다른 차들에 비해 직선도로에서 최고속이 부족한 느낌은 있었지만 코너링 한계가 굉장히 높고, 차체의 기울어짐이 적었다.

 

뉘르부르크링의 고저차를 감안해도 서킷안에서 시속 180km까지 뽑아낼 수 있었다. 코너웍에서 기술을 쌓아가다보니 3바퀴째 달릴때는 좀 느리게 달리는 폭스바겐 골프GTI 정도를 젖히는 수준에 올라설 수 있었다.

 

 

◆ 스포티하면서 실용적인 편의사양 매력적

 

르노트윙고는 경차에선 보기 드물게 뒷좌석 슬라이딩 기능이 있다. 국내 중형 승용차에도 없는 기능이다. 뒷좌석을 슬라이딩하면 뒷자리 승객이 공간을 더 사용하거나 혹은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이용할 수도 있다. 뒷좌석을 앞으로 젖혀 더 넓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기본이다.

 

▲ 르노 트윙고의 트렁크. 뒷좌석이 슬라이딩되고 앞으로 폴딩되기 때문에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앉으면 운전자를 감싸주는 버킷 시트도 스포츠 주행에 매우 매력적인 요소다. 이 시트에는 고디니가 디자인한 푸른색과 흰색의 조화가 젊고 매력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속으로 달려보니 핸들의 높이나 조작 감각, 속도계 위치 등이 모두 스포티한 주행을 위해 세팅 돼 있었다. 이 차의 매력은 스포티함과 실용성을 모두 겸비하면서도 높은 연비와 경차로서의 기능까지 두루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 한국 시장에 딱맞는 경차, 얼른 들여왔으면

 

한국 시장에는 경차 선택의 폭이 좁아도 너무 좁다. 기아 모닝, 레이와 쉐보레 스파크 단 3종류에 불과하다. 우리 소비자들은 독일 소비자들과 취향이 비슷하다.

 

▲ 르노 트윙고 고디니의 실내. 버킷시트에 고디니의 컬러풀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연비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언제든지 급하게 치고 나가고, 코너에서는 딱 붙들어주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는게 필수적이다.

 

휘청거리는 차는 더 이상 국내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디자인이 귀엽고 깜찍한 차들도 때로는 잘달리는 차를 선호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폭스바겐 비틀이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한 반면 비슷하게 여성 취향인 MINI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최근 폭스바겐 골프나 BMW 3시리즈의 인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잘 달리고, 디자인이 예쁘고, 남들과 다른 개성을 제공하는게 바로 경차에 필수적인 항목이다. 지나치게 과격한 디자인을 가진 경차라거나, 남들에게 자랑꺼리가 없는 무던한 경차라면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런 경차만 내놓고 "한국 소비자들은 큰차만 선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한 오해고 순서가 뒤바뀐 생각이다.

 

최근 유럽에서 시승했던 피아트500도 매력적이었지만 국내 경차기준을 만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르노삼성에 의해 르노 트윙고를 경차기준에 맞게 수정해 생산한다면 국내 경차 규모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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