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1억원 이상

사실 포르쉐는 제게 애증의 브랜드입니다. 포르쉐 수입사인 슈투트가르트스포츠카의 홍보담당자 이재원 이사와의 사소한 다툼이 점차 커져 지금까지도 티격태격 하고 있거든요.

당시는 이래저래 논쟁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 상황은 다음 글에 적어보겠습니다)이었지만, 백번 양보해서 '내가 잘못했다' 하는데도 좀체 풀리지가 않네요.

이재원 이사는 제게 탑라이더 사장과 함께 공동 사인을 한 '사과 공문'을 보내면 시승차를 내주겠다고 하는데, 도저히 그렇게까지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신형 포르쉐 911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도저히 타보지 않고는 못베기겠더라구요. ^^;;

예전에 지인이 포르쉐를 구입한다고 해서 한 영업사원 분을 소개시켜 드린 적이 있어요. 이번에도 이 딜러를 찾아가 시승을 요청했지요. 흔쾌히 차를 내주시더군요. 아~ 너무 친절한 포르쉐 딜러분. 고맙습니다.

시승 시간은 약 50분? 고프로(소형카메라) 하나를 들고 동영상 시승에 나섰습니다. 영상 편집도 직접 했어요.

너무 짧은 시승이고, 모든게 엉성하겠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꾸벅.

저는 마니아인 동시에 안티기도 한데, 결국 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어요.


아래는 우리 회사 웹사이트에 게재한 시승기(와 동영상)


링크: 포르쉐 911 시승기…마니아건 안티건 반할 수 밖에


더 이상 자동차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하는 듯 하다.


앉는 순간 시트에 몸이 쏙 파묻혀 고정돼 버리는 듯 하고, 시동을 걸면 괴물 같은 소리가 난다. 가속페달을 조금 밟으면 머리가 시트에 딱 붙어버리고, 핸들을 돌리면 몸 속 피가 한쪽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대체 이런 걸 어찌 다른 자동차들과 같은 이름으로 부른단 말인가.

이번에 시승한 차는 4바퀴 달린 것 중 가장 짜릿하고 유일무이한 존재, 포르쉐 911이다.




   
▲ 신형 포르쉐 911

◆ 퓨어 스포츠카, 하지만 일상 용도도 놓치지 않아

다른 독일 메이커들은 말하자면 중도적이다. 스포츠카를 내놓는다면서도 소비자들이 살 수 있을 만한 실용성과 스포츠 성능의 중간에서 오락가락 한다. 반면 신형 포르쉐 911을 보자면 판매량 따위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한 호기가 느껴진다.

신형 911은 휠베이스가 크게 늘었지만 실내 공간은 거의 늘지 않았다. 엔진 소리는 이전보다 더 시끄러워졌고, 출력은 400마력으로 늘었다. 7단 PDK 자동변속기는 연비를 향상 시킨것과 동시에 직결감도 더 우수해졌다. 이젠 너무 짜릿해서 상위 모델인 포르쉐 911 터보(480마력)가 전혀 필요치 않을 것 같다.

물론 퓨어 스포츠카라고 해서 반드시 일상적인 주행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선 포르쉐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이태리 슈퍼카들과는 달리 매번 차에 탈 때마다 곡예하듯 할 필요가 없다.

더 구나 별도의 배기사운드 조절장치(사운드 컴포저)를 갖춰 실내로 유입되는 배기음도 2단계로 크게 달라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언제고 맹렬한 사운드를 낼 수 있지만, 원한다면 차분한 드라이빙 감각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신형 PDK는 순항용 7단 기어와 코스팅 기능을 갖춰 시속 100km에서도 아이들링 상태(700rpm)로 주행할 수 있게 돼 있다.

변속기나 관련 부품 고장률도 이태리제 슈퍼카에 비해 월등히 낮아 유지비가 적은 점도 중요한 요소다. 연비와 승차감을 크게 해치지 않고, 유지비용도 낮추면서 슈퍼카의 성능을 내는 것이 바로 포르쉐의 힘이기 때문이다.

◆ 휠베이스가 커졌고, 달라진 면도?

신형 911의 가장 큰 차이는 휠베이스의 증대다. 갑작스레 휠베이스는 왜 길어졌을까.

이 번 신형 '포르쉐 911 카레라'는 독일서 처음 공개하자마자 곧장 미국 LA에서 공개, 세계 최초 시승회 또한 미국 LA에서 치뤘다. 그만큼 미국 시장은 포르쉐에게 중요하다. 국내에 배출가스를 제한하는 '대기환경보전법'이 있는 것 처럼 미국에는 소위 카페(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즉 '제조사별 평균연비'라고 하는 차량 연비규제가 있다. 단순히 이산화탄소만을 규제할 경우 대형차 위주인 자국 자동차 산업에 불이익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미 정부는 작은 차에 더 우수한 연비를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 신형 포르쉐 911

이같은 규제는 스포츠카 중에도 휠베이스가 가장 짧은 편에 속하는 포르쉐911이나 박스터 등에 치명적이었다. 따라서 포르쉐는 연비가 우수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놔 전체 평균 연비를 향상 시키는 한편, 휠베이스가 긴 카이엔과 파나메라의 판매 비중을 높이는데 힘쓰기도 했다. 신형 포르쉐 911의 휠베이스가 늘어난데는 이같은 배경이 있었다.

따라서 '911이 변절한게 아닐까'하는 심정으로 시승에 임했다. 그러나 실제는 휠베이스가 늘어났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실내 공간은 이전 모델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의 크기고, 외관에서도 커졌다는 것을 인식하기는 어려웠다.

늘어난 휠베이스는 고스란히 엔진룸과 타이어에 들어간 것으로 느껴진다. 엔진은 기존 3.6리터급에 비해 조금 커진 3.8리터 직분사 엔진이 장착됐다. 20인치 휠을 기본으로 한 타이어의 직경 또한 이전보다  커져 트랙션이 이전보다 월등히 향상됐다.

◆ 또 어떤 점이 나아졌을까

트랙션으로 보자면 시승차인 카레라S에는 전자제어 디퍼런셜(PTV+)을 통한 구동력 분배를 통해 코너에서의 그립력을 눈에 띄게 향상 시켰다. 카레라에는 기존과 같은 PTV가 장착된다.

이를 테스트 하기 위해 코너에 진입 했을때는 깜짝 놀랐다. 차체가 전혀 기울어지지 않는 상태로 급코너로 쑥 들어가버리는 느낌이 오히려 위화감을 주기 때문이다.

   
▲ 신형 포르쉐 911

기존 유압식 파워스티어링 대신 EPS(전자파워스티어링)를 장착했는데, 어색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정교하고 안정감 있는 조타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 '액티브 안티 롤 컨트롤' 장치를 통해 차체가 기울어지는 것을 전자적으로 제어하고 있었다.

열 혈 운전자의 맹렬한 주행이나 퇴근 후 저속으로 즐기는 느긋함이나 어느 쪽이든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역시 포르쉐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인기 차종의 신모델이 나오면 반드시 기존이 좋았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형 포르쉐 911은 기존에 비해 모든 면에서 향상 됐을 뿐, 어떤 부분도 잃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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