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기아 K5
최근 기아차는 우리 월드컵 팀을 보는 듯 합니다. 주된 부분은 전형적인 한국것임이 분명하지만, 유럽파들의 도움을 받아 이전과 차원이 다른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니 말입니다.

K5는 독일인 피터슈라이어의 관리아래 독일에 위치한 유럽디자인연구소미국캘리포니아디자인연구소, 국내 연구소 직원들이 함께 팀을 이뤄 만들어낸 한국-유럽-미국 3국의 합작품입니다.  그렇지만 모두 '한국 자동차'에 속해있는 한국팀이라고 말 할 수 있겠죠. 적어도 자동차 만드는데 있어 한국팀은 세계 16강 아니라 우승까지 할 수 있을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지난번 K5에 대해 올렸던 글에 대한 뜨거운 반응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뜨거운 반응 덕분에 기아차로부터 서울에서도 시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일부 독자분들에게 K5를 타본 소감을 묻는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동영상에 앞서 글과 사진을 먼저 올려봅니다.

얼마전 지방까지 가서 했었던 '기자 시승'은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정해진 코스를 달려야하고, 기자들 중 차를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계셔서(어떻게 그럴수가!) 시승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게 기자시승입니다. 쩝. 


서울에서 2박3일동안 차를 타면서 다양한 면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좀 더 길게 봐야 정확한 내면도 알 수 있겠지만, 우선은 눈에 보이는 장단점은 어느정도 파악 했습니다. 굽이굽이 험한 산길을 달려보니 이 차의 장점과 단점이 드러나 보이는 듯 했습니다.


한국 도로에는 사실 큰 엔진보다 적절한 사이즈의 엔진과 탄탄한 서스펜션의 조합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몰고 있는 BMW 320i는 직선 도로에서는 그다지 강력하다고 볼수는 없지만, 굽은길에서는 포르쉐가 부럽지 않은, 그야말로 막강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엔진 블럭이 작고 가벼운데다 , 관련 부품들이 다 적당한 사이즈여서 밸런스가 잘 맞는 거지요. 특히 프론트 미드십에 가깝게 실내쪽으로 끌어당긴 엔진배치는 압권입니다.  코너에서 언더스티어를 극단적으로 줄여주지요.

기아 K5도 그런면이 있었습니다. 우선 2.4리터 GDI 엔진의 204마력 출력은 결코 작은 엔진이라 부를 수 없을만큼 이 차체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더 큰 엔진을 얹으면 오히려 부담될 듯 했습니다. 다른 2.4리터급 차량에 비해 호쾌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좋습니다. 그러면서도 3.0리터급 이상 엔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적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이 차에 장착된 17인치 타이어는 그립이 썩 좋은 것이 아니어서 스키드음을 별로 내지 않고 스르륵 미끄러지는 점은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겠다면 18인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진 커버부터 엔진룸 자체도 깔끔해졌지만, 엔진 배치도 이전에 비해 나아졌습니다. 수 cm에 불과하지만, 중앙 쪽으로 옮겨졌습니다. 충돌 안전성도 그렇지만, 또한 되도록 엔진을 차량 중앙에 위치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배려입니다. 물론 전륜구동이라는 한계로 저 위치보다 더 안쪽으로 밀어넣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엔진룸에는 독일 부품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본사로 삼고 있는 보쉬와 컨티넨탈이 눈에 확 들어오는군요. ECU 관련 부품이라고 하던데, 정비 편의성 때문인지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두었군요.

이 차는 디자인도, 부품도 대거 독일에서 들여왔는데요. 핵심 부품인 엔진과 변속기를 제조사가 직접 만들었다면, 나머지 부품을 독일에서 들여온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겠군요.

글로벌 소싱을 통해 더 저렴하고 품질 좋은 부품을 받아서 결과물만 잘 만들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BMW,포르쉐 등은 엔진만 만들고 변속기 등 주요 부품도 아웃소싱을 하지요. 벤츠를 비롯한 많은 독일회사들이 일부 차종은 자체 공장도 아닌 인근 오스트리아의 범용 자동차 공장에 외주까지 줄 정도니, 아웃소싱은 세계적인 추세라 할만 합니다. 
K5
한참 달려 산위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외관은 그동안 꽤 봐왔지만, 아직까지는 현존하는 전륜구동 중형차 중 가장 예쁘게 느껴지는군요.
K5는 이같은 짙은 회색이나 흰색도 잘 어울리더군요.

안개등과 LED램프 등이 참 독특한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 범퍼가 밋밋해 재미없다는 지적을 하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사실 저 부분은 보행자 안전규제 때문에 평평해진 것이라 합니다. 툭 튀어나온 범퍼에 보행자가 부딪치면 특정 부위가 부러질 우려가 있다고 해서 넓은 부위가 동시에 닿도록 개선된 것이라지요.  

국산차들이 세계 여러팀이 참여한 가운데 만들어지면서 실내 디자인이 외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들도 많았는데, K5는 예외였습니다.

계기반이 운전석쪽으로 10도 가량 기울어진게 특징적인데요. 이는 사실 내부적으로 많은 반발이 있었다고도 하지요. 반반으로 갈렸던 의견이 10도 기울이는 쪽으로 귀결되면서 기아차 직원들은 우려를 많이 했는데, 결과는 많은 분들이 "참신하다"고 받아들여주는 덕에 다들 한시름 놨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 정도가 뭐 대단한 변화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기아차는 바로 이런 '차별화'가 조금이라도 필요했다는 겁니다.

K5는 내외관이나 성능 모두 마음에 드는데,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지는 좀 궁금하군요.

K5 … 세차 번개를 가다


저 혼자만의 의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차를 몰고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http://clien.net)'의 '굴러간당'의 세차 번개를 가기로 했습니다.

양평동에 위치한 이 세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와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회원 분들의 의견을 들어봤는데요. 역시 저보다 객관적으로 잘 설명해주시더라구요.


우선 클리앙의 '울푸'님이 있었습니다. 간혹 제 블로그도 들어와 주시는 손님인데, 미니쿠퍼S를 소유하고 계시지요. 저 색이 마음에 든다고 갑자기 미니를 구입하신 분입니다. 차를 선택하고 색을 고른게 아니라, 색을 선택하고 차를 고르신 분인거지요.

그런데.. 앗, K5에서 이 색이 나와버렸네요. 꽤 비슷합니다. K5도 사시려나.. -_-;;
이거, 수입차 못지 않은 컬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차번개를 가보니 차를 좋아하는 분들 참 많았습니다. 배울점도 많았구요.

K5의 트렁크 공간이 얼마나 큰지 확인하기 위해서 트렁크에 직접 들어가보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거 잘생긴 분이 다리까지 기네요. 

쿠페스타일이어서 오히려 트렁크 공간이 넓었습니다. 3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더군요. 이 차는 8인승인건가요? 쿨럭.

이번 번개에 오신 분들 중에는 메르세데스-벤츠 C63AMG를 타고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부다다다닥~ 하는 배기음이 매력적이더군요.


인피니티G37을 타신 분도 계셨구요.
미니를 타고 오신 분도 2분이 계셨네요. 

알록달록한 스마트 로드스터까지.

하지만 정작 관심은 K5에 몰렸습니다. 주변 분들이 한명씩 말을 걸어오기도 했고, 차에 잠깐 앉아봐도 되냐는 적극적인 분들도 계셨습니다. (아쉽게도 모두 남자분들이었어요.. 쩝.)

대단히 좋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한국에서 만든 차가 얼마나 정말 대단할지 그것이 궁금했던 것이겠지요. 만약 K5와 똑같이 생긴 차라도 수입차였다면 저렇게 관심은 안가졌을겁니다.

쉬어 가는 페이지 …세차를 배워봅시다

이날은 울푸군이 <셀프 세차장에서 기스 없이 최고의 광빨나는 세차를 하려면 어떻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세차를 강습(?)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세차비는 무조건 기본료의 2배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 세차장은 기본료가 2000원이니 4000원은 있어야 하는거죠.
2천원을 넣고 물을 뿌립니다. 여기까지는 똑같지요.

거품솔에 비밀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거품솔에 고압으로 물을 뿌려 약간의 먼지까지 떨궈냅니다.

거품솔을 절대 차에 닿지 않게 하는게 관건입니다. 거품솔은 그저 거품만 낼뿐.

정작 차를 닦는 것은 이같은 스폰지를 이용합니다.

2인 1조로 한명은 거품을 떨어뜨리고, 다른 한명은 스펀지로 문지른다고 합니다.

휠의 분진을 닦아내기 위한 휠 세정제도 필수.

여튼, 이렇게 세차를 끝냈습니다. 짝짝짝.

수입차 오너들, K5에 타보니 - 기아차 발전에 놀라

저도 차를 아끼지만, 절대 저렇게 세차는 못할 것 같습니다만, 차를 지독하게도 아끼고 지식도 많은 분들이셔서 가능 한 것 같습니다.

이 분들이 K5를 타보고 한마디씩 했습니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 C63 AMG의 오너분은 "기아 K5가 왔다기에 둘러봤는데, 아우디인줄 알고 그냥 지나칠 뻔 했다"고 했습니다.

따로 놓고 보면 아우디와 기아차를 혼동할 리 없지만, 차들이 빽빽한 주차장에 K5가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생각했습니다.

콕 짚어서 어디가 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아우디와 느낌이 좀 닮기는 했어요. 아마 아우디 디자이너였던 피터 슈라이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하던 '가닥'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이안칼럼이 만든 차들도 모두 그가 디자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공통적인 라인을 갖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겠지요. 디자이너의 개성이 자동차 회사의 경계를 넘는 모양입니다.

"어우 이런것도 돼?" 

차에 탄 분은 모두 이런 얘기들을 했습니다. 

한국형 내비게이션, DMB, 핸들열선, 하이패스 단말기 백밀러 등은 모두 수입차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옵션이었으니까요. USB를 지원하는 오디오도 다른 차에는 찾기 힘든 옵션이었습니다. 소리도 엄청 크게 키워보더니 오디오 품질도 상당히 우수하다고 했습니다.

제 아무리 수입차라 해도 헤드램프가 듀얼 프로젝션 타입인 차량도 드뭅니다. 데이타임러닝라이트(DRL)로 활용될 예정인 LED 라이트도 부러움의 대상이 됐습니다.


"뭐가 이렇게 넓어, 대형차 탈 필요 없겠네"

뒷좌석이 참 넓다고도 했습니다. 대형차란 것은 아마 준대형차 급을 얘기하는 것일테지요. 실제 뒷좌석 공간은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 수입 럭셔리 브랜드 동급차량에 비해 넓었습니다.

기아차 입장에선 그것까지는 좋은데, 눈치 없는 디자이너들이 실수를 했는지 너무 크게 만들어서, 같은 그룹 상급모델이라 할 수 있는 현대 그랜저에 비해서도 더 넓습니다. 처음 타본 사람들이 놀라는게 당연하지요.



국산차 발전과 더 커지는 욕심

며칠간 K5를 타보니, 국산차는 정말 엄청난 발전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와 고백합니다만, 전엔 간혹 국산차와 속도 경쟁이 붙으면 "저런 불안한 차로 참 열심히도 따라오시네"하고 안쓰럽게 보기도 했는데요. 다른 수입차 오너들은 저만큼 국산차를 업신여기지 않았겠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국산차들의 스펙이나 디자인등을 보면서 참 답답했던건 사실일겁니다. 그런데 이번 차는 수입차 오너들이 바라봐도 문제점을 찾아내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차보다 더 우수한 점이 여럿 보여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어떻게 이렇게 발전했는지를 이유를 놓고 여러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피터슈라이어의 영입, 해외파 대거 투입, 외산 부품과 기술의 도입 등 여러가지 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가 뭔지는 논외로 하구요. 어쨌거나 결과물을 보면 참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욕심이 더 커집니다. 바로 '지향점'에 대한 것입니다.


제 경우 독일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뿌듯해질 때가 많은데요. 그건 차에 문제점이 없어서 뿌듯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독일차는 문제점이 참 많죠. 엔진 소리도 크고 진동도 심합니다. 탱크 같다고 여길 때가 있어요. BMW 핸들은 여성운전자가 돌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가 독일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깨닫게 하고, 항상 믿음을 갖게 합니다.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릴때도 그 엔진음과 진동, 핸들 감각이 그대로 유지되니까요.

극도로 민감한 핸들, 단단한 가속페달, 정확한 브레이크... 이런 것들이 BMW의 가장 작은차부터 최고급차까지 똑같습니다. 높은 속도과 격한 핸들링에서도 불안함을 주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독일차들의 지향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소음이 좀 나더라도 "잘 달리려면 원래 그런거야"라고 말하게 됩니다. 뒷좌석이 좁아도 "스포츠세단이니까".. 이런 식으로  이해해줍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데, 얻는 쪽이 크면 약점을 눈감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독일 스포츠세단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이 기아 K5에서 충족되는가. 그건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말하자면 K5는 특별한 문제 없고 공부도 곧잘하는 모범생 같은 차인데요. 사회, 회사에선 '범생이'가 더 인기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범생이보다는 섹시한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입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기아차가 추구하는 방향이 좀 더 명확히 정해지고, 그 방향대로 차를 만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딱딱하고 강력하면, 일부 소비자들은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소비자들은 열광할 수도 있을겁니다.

K5등을 보면 한국 메이커들의 '좋은 차' 만들기는 성공한 것 같은데요. 이제 '굉장한 차'를 만들어 세계 최고 메이커로 발돋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무척 기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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