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기아 K5

기아자동차 K5의 돌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5월 한달간 1만5782대가 계약돼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계약대수(1만1393대)를 제쳤습니다. 1988년 2세대 출시 이후 중형차 판매 1위를 차지했던 쏘나타의 아성이 무너질 판입니다

경향닷컴의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중형차는?”이라는 항목에 385명의 응답자 중 198명(51%)이 기아차 K5를 꼽아 48명(12%)이 선택한 현대차 쏘나타를 제치고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였을 정도입니다.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는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및 플랫폼(바디, 서스펜션 등 기본뼈대)을 공유하는 차인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선호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차의 차이를 갈라놓은 디자인의 힘

현대차 쏘나타 디자인은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연구소(HCD)에서 만들어졌고, 기아차 K5는 주로 유럽 디자인연구소(KED)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두 차는 비슷한 면이 있으면서도 전혀 다르다는 평을 듣습니다.

우선 쏘나타는 물이 흐르는 듯한 콘셉트, 이른바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콘셉트로 제작됐습니다. 수많은 선들이 차량의 전면부에서 후면부까지 흘러가도록 해 마치 콘셉트카를 보는 듯 화려합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이 차를 마냥 좋게 보지만은 않았습니다.

현대기아차 디자인팀의 한 디자이너는 “쏘나타는 대체로 차량 전반적으로 흐르는 실루엣(외곽선)이나 프로포션(비율), 스텐스(자세) 등이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고 하면서도 “전면부가 지나치게 날카롭고, 번쩍거려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디자이너는 실은 더 심한 표현으로 쏘나타를 미워했지만, 옮기지는 않겠습니다. ^^;

실제로 곤충을 닮았다는 뜻에서 인터넷에는 ‘곤충룩’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이와 비슷한 콘셉트의 전면부를 가진 현대 베르나도 같은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신형 베르나가 벌써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등장했는데, 이 베르나는 그나마 안정감을 찾은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디자인은 보수적인 소비자들을 경쟁사인 르노삼성 SM5와 SM3로 등 돌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르노삼성의 한 관계자는 “현대 쏘나타 디자인이 그렇게 나와서 참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반면 기아 K5는 공격적이고 개성을 담은 디자인이면서도 원칙에 입각한 디자인입니다. “불필요한 선을 줄이고 선의 각도나 방향 등을 통일시켜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지게 디자인 됐다”는 것이 국립한밭대학교 구상 교수의 설명입니다.

구상 교수는 또 “트렁크가 보닛길이의 50%가 넘으면 보수적인 자동차고, 그보다 적으면 스포티한 차로 보는데, 이 차는 트렁크 길이가 11%인데다 후드(보닛) 길이도 늘려 매우 스포티한 느낌이 들게끔 디자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승차 공간도 다르다

K5의 승차공간은 쏘나타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던 뒷좌석 시트의 착좌감이 개선됐다는 평을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휠베이스(축간거리)가 같으면 실내 크기가 같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졌지만, 쏘나타와 K5의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쏘나타는 트렁크가 있는 쿠페 스타일을 고집한 나머지 천장이 지나치게 빨리 굽어져 내려온다는 지적이다. 실제 각도기를 통해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재보니 69도~72도로 비교적 가파르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175cm가량의 성인 남성이 가운데 좌석에 앉으니 천장에 머리가 닿기도 했습니다.

요추부위가 68도 가량. 어께 부위에 꺾인 홈을 제외하면 이 부분이 가장 가파르다. 쏘나타에 비해 2~3도 완만하다.


반면 K5는 루프라인(천장의 곡선)이 트렁크와 만나는 지점을 쏘나타에 비해 10cm나 뒤로 빼서 훨씬 여유가 있다고 구상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이로 인해선지 실제 시트 등받이 각도는 67~71도 가량으로 약 2~3도 가량 더 눕혀졌고 이로 인해 머리 공간도 넉넉해졌습니다. 가운데 좌석에 앉아도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았습니다. 운전석뿐만 아니라 뒷좌석 이용이 많은 경우 쏘나타보다 K5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은 이유일겁니다.


쏘나타와 K5의 실루엣 비교. K5는 쏘나타에 비해 보닛이 길고 트렁크가 짧다

디자인적인 이유로 K5의 천장은 쏘나타에 비해 약간(40mm) 낮아졌습니다. 반면 앞좌석 승차위치는 크게 낮아져 머리 공간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시트를 가장 낮추면 높이는 독일차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매우 스포티하게 느껴졌구요. 반면 조수석에 앉은 여성 승객의 경우 시트가 낮아 오히려 답답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외형에서도 차체가 낮아지고 전장이 길어졌기 때문에 차가 더 날렵하게 보였습니다.

 ‘개성 추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기아차 관계자는 “K5는 쏘나타에 비해 더 스포티한 디자인을 한 만큼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선택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선지 서스펜션도 쏘나타에 비해 좀 더 단단하게 세팅돼 코너링에서 국산차답지 않은 세련된 맛을 보여줬습니다.

신형쏘나타(YF)부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현대기아차의 엔진 변속기 등 주행성능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기 때문에 이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K5는 젊은 소비자만을 겨냥한 차라는 인식이 강해 국내서 베스트셀링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가 이 차를 선택해줘야 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개성이 강한 차일수록 흔해지면 쉽게 지겨워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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